만리포와 신두리 등 기름유출 피해 지역뿐만 아니라 기름 유출 영향이 전혀 없는 지역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전국에서 밀려든 자원봉사자를 제외하고 관광객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텅 빈 태안반도의 참상은 심각하다. 한산한 해안가에는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횟집과 음식점이 덩그러니 남아 있고,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펜션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금, 태안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발길’이다. 이번 기회에 태안으로 떠나보자.
이번 여행은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던 태안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학암포 해수욕장에서 시작했다. 학(鶴)이 노닐던 바위(岩)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활 모양의 백사장과 파도가 빚어놓은 기암괴석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물때를 잘 맞추면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소분점도까지 200m의 바닷길이 열린다. 전국에서 밀려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검은 기름띠가 남긴 참혹한 풍경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페이로더가 방제를 끝낸 모래사장을 갈아엎고 있었고,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공기에는 기름 냄새보다 소금기가 더 진했다. 학암포 해수욕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서해안 리아스식 해안의 해수욕장 릴레이가 시작된다. 태안반도 북부에는 의항·방주골·십리포·백리포·천리포·만리포·어은돌·파도리·통개 등 이름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해수욕장들이 있어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학암포 아래에는 구례포, 구례포 아래는 신두리다.
5, 6월이면 빨간 해당화와 갯메꽃이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신두리 사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달렸다. 만리포에 들어서자 사고가 난 지 한 달 가량 지났는데 쾨쾨한 원유 냄새가 코를 찔렀고,'똑딱선 기적 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로 시작되는'만리포 사랑' 노래비 옆에는 폐기물 포대들이 쌓여 있었다. 해변 바로 옆 슈퍼의 주인 할머니의 생계 걱정은'검은 재앙'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캔커피 2개와 담배 1갑을 팔았다”며 “미안한 마음에 놀러 오지 못하는데 예전처럼 오셔서 관광도 하고 음식도 사 먹는 것이 태안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만리포를 빠져나와 해안의 조약돌로 다듬은 해옥(海玉)으로 유명한 파도리를 둘러본 뒤 태안읍을 거쳐 77번 국도를 타고 태안 8경 중 하나인 몽산포 해수욕장으로 갔다. 달산포와 청포대로 이어지는 13㎞에 이르는, 탁 트인 드넓은 백사장과 언제 보아도 탐스러운 해변의 송림이 예전처럼 '겨울바다의 정취를 만끽하라'고 유혹한다. 해변을 거닐어 본다. 잔잔한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육지를 넘보고, 물결을 닮아 얼룩말 무늬처럼 선명한 연흔이 드넓은 해변에 부조처럼 새겨져 있다.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모래 속으로 잽싸게 달아나는 맛조개와 밤톨만 한 조개들이 눈에 띄었다. 맛조개를 캐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할머니는 “이곳은 기름 피해가 없어 예전처럼 맛조개가 많이 잡히는데도 요즘엔 좀처럼 사람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울상이다. 광주리에 가득한 맛조개는 아무리 코를 킁킁대봐도 기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갯고랑 물로 씻은 맛조개를 입 안에 넣으니 짭짤하면서 감칠맛이 돈다.
안면도의 서쪽 편은 해안선을 따라 백사장,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 밧개, 방포, 꽃지, 샛별, 운여, 장삼, 장돌, 바람아래 등 깨끗한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어 해안 어딜 가도 겨울바다를 실컷 거닐 수 있다.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항구와 포구도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곳곳에 들어앉았다. 드넓은 바다와 푸른 안면송이 어우러진 태안해안관광도로 10㎞구간(백사장∼꽃지)은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다. 창문을 열자 파도 소리와 함께 차가운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리아스식 해안답게 해안선의 굴곡은 아름답고 곳곳에 자리한 백사장도 짙푸른 송림과 잘 어울린다. 아기자기한 펜션도 아름다운 풍광에 조연으로 출연한다. 모든 해수욕장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데, 가장 이름난 곳은 꽃지 해변이다. 할미·할아비 바위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은 구름이 낀 날은 구름이 낀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아름답다. 아린 가슴을 씻고 깨끗하게 마음까지 비우는 데는 겨울바다가 제일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의 겨울바다는 서럽도록 아름다웠다.
갈음이 해수욕장에서는 많은 폐인을 양산했던 드라마 '다모'의 두 남자 주인공이 마지막 결투를 벌였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과 이은주가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왈츠를 췄다. 구례포 해수욕장은 사극 '용의 눈물'과 드라마 '먼동', 신두리 해수욕장은 고현정의 스크린 데뷔작 '해변의 여인', 장삼포 해수욕장은 영화'마리아와 여인숙'의 촬영 무대였다. 특히 2004년 방송된 SBS 대하드라마 '장길산'과 인기스타 배용준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촬영 세트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어, 드라마 속의 추억과 감동을 되살려주고 있다. 태안읍에서 안면도 방향 77번 국도를 달리다 남면 진사2구 마을회관 앞에서 우회전해 2㎞쯤 달리면 600여 종의 난(蘭)을 한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난 전문 식물원 '오키드 타운'이 나타나고, 여기서 1㎞쯤 더 달리면 진산포구 염전 옆 폐염전 부지와 야산에 들어선 '장길산 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민속촌 같기도 하고 한옥마을 같기도 한'장길산 세트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입구 맨 오른쪽에 위치한 남소문(南小門) 위로 올라가 보자. 성벽 밖으로 서해의 수평선과 바둑판을 닮은 염전, 바닷가 저수지와 예쁜 펜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눈을 돌리면 13만여 ㎡의 부지에 조선시대의 초가와 기와집 100여 채가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채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본떠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남소문에서 내려와 구불구불 아기자기하게 이어진 세트장 내 옛길을 걷노라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조선시대를 넘나드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동헌과 옥사, 대가댁과 민가, 개울 다리와 물레방아, 장독대와 우물, 육간(肉間) 등 왠지 낯익은 풍경이 처음 와 보는 이에게도 언젠가 와본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붉게 달궈진 쇠를 두드리면서 연장을 만드는 대장간, 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저잣거리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각종 농기구와 절구통, 추녀 밑에 매달린 메주와 시래기 다발, 부엌 아궁이와 부뚜막 등이 고향집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장길산'이 끝난 뒤 백제의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서동요'가 촬영됐고, 요즘에는 조선 제 22대 정조대왕 시대의 정치, 경제, 국방, 문화 등 당시 사회를 재조명한 사극 '이산'이 촬영 중이다. '태왕사신기'의 촬영 세트장 2007년 최고의 화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안면도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으로 훼손된 시설물의 내부 보수와 부대시설 정비 등 새롭게 단장한 뒤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충남개발공사와 ㈜재원테마랜드가 안면도 고남면 누동리 일대 9744㎡에 20억여 원을 들여 만든 안면도 세트장에는 광개토대왕인 담덕과 귀족 연호개의 군막 진영 등 고구려군의 야영지, 거란족의 천막 등 국내에서는 유일한 대규모 군막 진영 세트가 들어서 있다. 고구려 영토 확장을 위한 대규모 정복전쟁 장면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안면대교를 지나 고남면 영목항으로 77번 국도를 따라 직진, 영목항에 거의 다 진입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현대식 건물의 박물관이 나온다. 지난 2002년 4월 개관한 패총박물관은 상설전시실·역사실·영상기획실·체험학습실 등의 시설을 갖춘 본관과 농ㆍ어촌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민속생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몽산포 해수욕장의 남쪽에 위치한 청포대 해수욕장의 가장 큰 매력은 조용함이다. 몽산포보다 덜 알려진 탓이다.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도 곱고 깨끗하다. 해변을 어슬렁거리며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눈앞의 바다 위로 올망졸망하게 솟아 있는 거아도, 울미도, 삼도, 자치도의 풍광도 운치 있다. 해수욕장 뒤편에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고, 펜션들이 해변 바로 앞에 들어서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이 '똥벼락','사물놀이' 같은 그림책을 펴낸 화가 조혜란 씨가 운영하는 펜션 '화가의 정원'이다. 이름에 걸맞게 건물 곳곳에 그림이 걸려있고,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실내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이 돋보인다. 객실마다 붙여 놓은 이름도 '고흐', '모네', '샤갈'로 이색적이고, 방은 커플룸과 가족룸으로 구성돼 있다. 2006년 봄에 오픈해 모든 시설이 깔끔할 뿐 아니라 장식 레이스가 드러위진 침대에 누워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도 있다. 1층 로비의 책꽂이에는 다양한 어린이책과 만화책이 꽂혀있고, 옥상에는 바비큐 시설도 갖춰 놓았다. 주인이 직접 바비큐를 구워 주는 실비 서비스뿐 아니라 노란 호박고구마도 무료로 제공해준다. 쫊 www.artistgarden1.com, 041-674-4100 TAEAN Information
태안은 반도인데다 해안의 굴곡이 심하고 크고 작은 섬도 120여 개나 있어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530.8㎞나 된다. 30여 개의 해수욕장과 울창한 송림 등 비경이 곳곳에 있어 아름다운 풍광과 낙조에 취하게 된다. 왠지 모를 그리움이 물씬 풍겨오는 겨울,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도 돕고 관광도 할 수 있는 태안으로 가보자.
향기와 맛이 있는 허브 농원, 팜 카밀레
백화산
파도리 해옥전시장
황도 붕기풍어제
노천 선셋스파
태안 비치CC
먹을거리
알아두면 편리한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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