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vincent7 2015. 6. 11. 14:41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 사랑합니다 "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겨울 한밤 귀뚜라미 거미줄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 사랑합니다 "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 사랑합니다 "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