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나무 ... 류시화
vincent7
2014. 10. 28. 19:08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Autumn Rose (가을의 장미) / Ernesto Cortaz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