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7 2014. 8. 21. 09:52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