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풀잎/박성룡 ...♬ Ombra Mai Fu - Thomas Otten

vincent7 2014. 3. 13. 10:50

 

 

 

 

 

 

 

 

 

 

 

풀  잎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 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 박성룡· 시인, 1932-2002 )


 

 

 

 

 

 

 

 ♬ Ombra Mai Fu - Thomas Ot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