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아직은 큰 강물에 들지 마십시오

vincent7 2013. 7. 8. 11:36

 

 

 

        아직은 큰 강물에 들지 마십시오 / 최석근
        아직은 큰 강물에 들지 마십시오
        물 깊은 강물에는 음악이 없습니다
        작은 개천에서 춤을 추십시오
        비릿하게 오염된 실망으로 뒤엉킨 채 
        제 몸 물줄기도 알아채지 못하고
        허리를 구부리고 바다로 들어가는
        긴 강물이 되지 마십시오
        가끔씩 
        가슴에 바람 한줌 넣어주는 
        푸른 물줄기로 산골을 마주하며 흐르고
        또 가끔씩은
        바위 틈새에 끼어도 흐르며
        물살을 파고드는 작은 물고기들이
        온 몸을 헤집고 다니면서
        더불어 춤을 추는 작은 냇물이 되십시오
        그래도 언젠가는
        깊은 침묵으로 흘러 들어가는
        그대의 가슴에도 
        바다에서 산화되는 이름을 안고
        굵은 울음으로 흐르는 
        물비늘이 쌓이게 될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