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다시 피는 꽃 / 도종환

vincent7 2013. 2. 24. 23:57


 
다시 피는 꽃
 
 
  
/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